겨울이 오고 있다.



여느날과 비슷하게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침대에서 일어나(방학 또는 주말의 일상이다.호호호) 오전에 햇빛을 제일 잘 받는 공간에서 아들과 식사를 하던 중에 창밖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멀리 보이는 마운트 아서(Mount Arthur) 주위의 모든 산 윗부분이 하얗게 변해 있던 것이다.

밤에 (산에) 눈이 왔다.(우리가 있는 곳에는 비가 왔다.) 첫 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넬슨의 겨울은 가장 추운 한달 정도만 서리가 내리는 정도의 (0도에서 영하1도정도) 비교적 따뜻한 계절이다. 1981년, 2008년 11월에 각 하루씩만 눈이 내린 역사가 있을 정도로 넬슨에 살면서 눈이 내리는 것을 본 적은 없으나,
가까이 있는 Kahurangi National Park (카후랑이 국립공원. 뉴질랜드에서 두번째로 큰 국립공원)의 마운트 아서 산맥은 겨울 내내 눈으로 덮여있다.
마운트 아서의 최고봉 높이는 1,795 미터로 꽤 높은 편에 속한다.(한라산 1,950m 지리산 1,915m).
아직 정상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작년 겨울에 눈이랑 얼음을 보기 위해 1시간 조금 더 운전 후 2시간 정도 첫번째 산장이 나타날때 까지 걸어 올라간 적이 있다.(둘쨰가 드디어 산행이 가능한 나이로 여겨져서.) 아이들과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과 눈 미끄럼도 타고, 언 손을 녹여가며 재밌게 놀았기에 올해도 꼭 갈 계획인데 드디어 그곳이 눈으로 덮인 것이다.

아침 해가 점점 더 하늘 가운데로 올라가면서 눈으로 덮인 산의 두께는 가늘어 졌고 저녁이 되면서 거의 꼭대기만 하얀 정도가 되었다.
그 꼭대기도 넬슨의 강한 햇살에 곧 꼬리를 감출 테지만 늦출 수도 멈출 수도 없는 넬슨의 겨울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
먼 산의 눈을 보며 당장 눈보러 가자고 했던 아들아 몇달만 더 기다리자. 저 눈이 더 두껍고 깊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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