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작년보다는 덜 덥고 덜 가물었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수확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 가족에게 첫 일거리를 준 채소(또는 과일?)는 토마토. (호두가 먼저일까나)
일단 박과 스탠톤의 수확의 계절이란 우리가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위치해 있는 채소가게, 공원, 사이클 트랙주변에서 자라는 모든 과일과 채소의 수확이 시작되는 때를 말한다. 그 중 hope라는 동네의 과일과 채소 판매점인 185(주소이자 가게명)에서의 토마토 PYO(Pick Your Own)로 우리의 첫번째 수확을 시작했다.
이미 약 2주전에 시작되었으니 지금쯤이면 대부분의 토마토가 따졌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네가족이 출동해서 따온 토마토는 약 10Kg.
따고 나서는 좀 후회했다. 왜냐면, 너무 많아서. 흑흑흑.

이 중 대부분의 토마토는 앞으로 1년간 우리 식탁에 오를 파스타 소스로 다시 태어날 것이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머무시면서 하루하루 비스킷 위, 샌트위치 속, 토스트 위로 출동하실 것이다.
우리의 토마토 소스 재료는 아주 간단하다. 꼭지와 가운데 심이 제거된 토마토. 그리고 끝.
그냥 몇시간의 칼질로 정돈된 토마토를 수분이 제거되도록 몇시간씩 끓여주는 것이다.
그 다음이 중요한데, 앞으로 1년간 건강한 상태로 지내게 하기 위해 오븐에서 소독된 깨끗한 병안에 뜨거운 소스를 넣은 후 뚜껑을 꼭 닫아 주는 것이다.
뜨거운 소스가 식으면서 통조림이 되듯 밀봉이 완료되며 일부 소스 방울이나 토마토 껍질이 뚜껑과 병사이에 끼어 밀봉이 잘 안된 실패작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의 음식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리하여 만들어낸 약 40여개의 병들은 약 1주일에 하나씩 개봉되어, 다른 재료(마늘, 허브, 양파 등)와 섞이어 맛있는 파스타 소스로 태어날 것이다.
예에~
3일 정도를 토마토 썰기만 했던 듯 하다. 휴~

두번째 수확은 우리집에서 자전거로 5분이면 도착하는 공원에서 제공하는 사과.
그네 2개와 약간의 놀이기구가 있는 조그만 공원옆. 개와 아이들이 공놀이를 할 수 있는 비교적 작은 공원에 커다란 사과나무가 하나 있다. 아무도 관리를 않하므로 당연히 벌레들과 새들이 제일 큰 수확자 이지만, 사람으로 따지자면 우리 가족 말고는 관심이 없는듯 하다. 작년엔 심한 가뭄으로 열매가 너무 작고 갯수도 많지 않았으나, 재작년엔 우리 냉동실의 큰 자리를 차지한 겨울철 필수 과일이었다. 올해는 우리가 좀 늦게 간 듯한게, 바닥에 떨어지고 버려진 사과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워낙 많은 열매가 달려 있는지라, 우리는 두 번의 수확을 통해, 여러가지 잼 종류의 병들 수십개를 채울 사과를 딸 수 있었다.
제철과일이 별로 없는 겨울 동안 주로 씨리얼이나 weebix와 같이 아침식사로 이용될 사과 스튜. 껍질을 벗긴 후 씨와, 씨방을 제거하고 역시 토마토와 마찬가지로 그냥 끓인다. 농부의 정성과 함께 자란 일반 적인 사과는 달고 크지만, 이렇게 공원에서 자연 그대로 자란 애들은 크기도 작고, 신맛도 더 강하다.
할아버지 스탠톤은 끓일 때 설탕을 넣는 다고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사과를 끓이면, 약간 시기는 해도 당도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토마토 소스에 비해 칼질은 더 오래 되었으나, 수분은 덜하므로 끓이는 시간은 훨씬 짧다.
다 끓인 후 뜨거운 스튜를 소독된 병에 담아 뚜껑을 꼭 닫으면 이것도 끝.
휴~ 노동이 첨가되는 수확은 이제 거의 끝났다.

한여름 내내 우리를 즐겁게 했던 중학교 운동장 옆의 큰 자두나무, 앞으로 먹게 될 무화과, 단감, 피조아. 이 모든 제철 과일을 맛나고 풍성하게 살찌워 주는 우리 동네 넬슨은 1년 내 일조량으로 뉴질랜드에서 1등 먹는 동네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쓰는 돈 없이도 맛난 과일을 남들보다 더 많이 먹는 다는 사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다들 체면을 차리는 것일까? 이 모든 공공과일을 수확함에 있어 우리와 다투는 경쟁자가 없다. 우리가 따지 않으면 이 귀한 과일들이 다 떨어지고 썩어 없어질 정도이다.
뭔 상관이랴, 친절한 이웃들의 배려(?)로 우리는 이 맛난 것들을 먹고 즐기면서 천천히 겨울 문턱에 다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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